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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받는 노인 아닌 사회 책임지는 노인으로” 15.07.27 16:23
shim hyoek HIT 1262
평균수명 100세 시대다. 2028년이면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숫자다. 그래서일까.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80%에 달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기준연령은 만 65세. 65세가 노인의 기준이 된 것은 1889년 독일에서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다. 당시 독일의 평균수명은 40세로, 65세 이상은 드물었다. 1950년대 말 유엔 총회에서 노인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의결하면서 보편적 기준이 됐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선진국은 사실상 노인 연령기준을 바꾸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6~75세를 ‘younger old’, 즉 젊은 축의 노인으로 본다. 75세 이상을 ‘older old’라고 해서 진짜 노인으로 분류한다. 유엔은 80세 이상을 ‘older old’라고 일컫는다.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이심(76) 대한노인회 회장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노인 연령 상향조정 공론화’를 제안했다. 대한노인회는 전날인 5월 7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공론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사회적 찬반논란이 분분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심 회장을 만났다.

1969년 설립된 대한노인회는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1개 직할지회, 244개 시·군·구지회, 6만4000여 개의 경로당과 300만 회원을 거느린 전국 최대 노인 조직이다. 전체 노인의 절반이 회원인 셈이다. 이 회장은 2010년부터 대한노인회를 이끌고 있다.



경로당이 노인회 ‘뿌리’

▼ 대한노인회와의 인연은.

“2005년경 전임 안필준 회장이 노인신문이 필요하다며 내게 제작을 부탁했다. 적자가 커 그만두려는데 자식들이 ‘아버지도 노인이니까 노인을 위해 봉사한다 생각하고 계속하는 게 좋지 않겠냐’ 해서 계속 만들었다. 그게 인연이 돼 대한노인회 부회장을 맡게 됐다. 전임 회장이 갑작스레 작고하면서 선거를 했는데, 회원들이 나를 선택했다. 잡지사를 운영한 경영 마인드로 노인회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 것 같다.”

▼ 대한노인회는 정부 산하 단체인가.

“순수 사단법인이다보니 노인을 위한 사업을 벌이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대한민국 노인의 권익 신장, 복지 증진, 사회참여 촉진을 위해 지원법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서 회장에 취임한 후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대한노인회법) 제정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10년 5월 여야 합의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2011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 대한노인회는 어떤 일을 하나.

“전국 270여 개 취업센터를 통해 연 3만 명에게 취업을 알선한다. 정부 사업이 아닌 순수 민간기관 취업 숫자가 그렇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자원봉사센터도 운영하는데, 3만 명 정도가 활동한다.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사업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탄을 갈 수 없어 추운 방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있으면 주위에 사는 건강한 노인이 연탄불도 갈아주며 챙겨주는 식이다. 케어하는 노인과 케어받는 노인 모두 행복해지는 사업이다. 이 밖에 경로당 지원사업도 한다.”

대한노인회는 경로당이 뿌리라고 했다.

“처음 설립할 때부터 경로당을 기본으로 만들어졌다. 대한노인회법에도 ‘회원은 전국에 있는 경로당 어르신을 회원으로 한다’ ‘대한노인회는 경로당을 조직관리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거기에 필요한 예산을 뒷받침한다’고 돼 있다. 경로당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사랑방 모임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우리 경로당 조직을 배우러 올 정도다. 앞으로도 경로당을 기본으로 노인정책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 회장은 “나를 인터뷰하러 온 게 노인 기준연령 상향 논란 때문 아니냐. 본론으로 들어가자”며 웃었다.

▼ 2011년에도 노인 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엔 반대하지 않았나.

“당시에도 65세를 노인이라 하기엔 너무 젊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래서 기준연령을 70세로 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그때도 무조건 반대한 게 아니었다. 65~70세 인구가 170만 명이다. 아무 대책도 없이 그분들의 노령연금과 의료혜택을 갑자기 없애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기준연령을 올리려면 장기적 계획을 세우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대한노인회가 상향 논의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더 이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연령 상향 논의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에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노년 4苦 해결책

▼ 정부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일각에선 우리가 정부 요구를 잘 들어주는 단체라고 인식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엔 반대하더니 지금 찬성하는 게 수상하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설명했듯이 그들이 오해한 것이다.”

▼ 대한노인회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140억 원이 넘는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를 위해 총대를 멨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런 보도를 봤다. 하지만 우리가 정부로부터 실제로 지원받는 것은 사무처 지원비 10여억 원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국가에서 하는 사업들이 우리를 거쳐 일선에 지원되는 것으로,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한 푼도 없다. 노인지원자원봉사, 노인취업지원, 노노케어 등의 보건복지부 사업뿐 아니라 지자체 사업도 많이 한다. 이를 합치면 140억 원이 훨씬 넘는다.”

이 회장은 “노인 기준연령을 올리자는 게 정부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면 정부 지출이 연 3조 원 정도 줄어든다고 하던데, 그런 관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 그렇다면 연령을 높이자는 이유가 뭔가.

“노인 복지가 일방적으로 퍼주는 복지가 아닌 생산적인 복지로 가야 한다. 65세면 청춘이다. 90세까지 일한다고 치면 정년 이후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이 현역 시절보다도 길다. 건강하고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후배들을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은퇴자들의 사회 경험과 경륜을 사회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게 국가적으로 훨씬 이익이다. 이제 이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노인이 활기차게 일 하면 노년의 4고(苦)라 불리는 생활고(貧苦), 병고(病苦), 존재감 상실(無爲苦), 외로움(孤獨苦)이 한꺼번에 해결되고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노인 기준연령이 중요한 것은 각종 노인 복지혜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 알선과 의료혜택,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노인연금(최대 20만 원)은 저소득층에겐 매우 중요한 복지 혜택이다.



노인이 일하는 사회로

▼ 기준이 상향되면 당장 노인 복지 혜택이 사라지는 65~70세 노인들의 반발이 클 텐데.

“국가 재정이 열악하니 혜택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 무조건 주던 것을 일을 해서 받게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초등학교 교통안전 지킴이 활동을 하면 월 20만 원을 주는 것이다. 같은 돈을 주더라도 일을 하게 함으로써 노인이 자신의 건강도 지키고, 지역사회에 기여도 하고, 스스로 존재가치도 인식하고, 수입도 생기는 1석4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 지금 청년실업률도 큰 문제인데, 노인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 노인들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노인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는 전혀 다르다. 경륜과 지식을 바탕으로 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경륜과 지식이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가 집이 비어 물건을 전달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택배회사에서 처음부터 지역 경로당으로 배달하면 경로당 회원이 그 집에 사람이 있을 때 물건을 갖다주는 방법도 있다. 경로당에서 콩나물을 기르고 두부를 만들어 팔 수도 있다. 실제 그렇게 하는 곳이 많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일자리를 개발하고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 일하기 어려운 노인도 있을 텐데.

“운동을 하는 만큼 돈을 주는 것도 구상 중이다. 예를 들면 운동 시간당 1000원을 주는 것이다. 언뜻 돈 낭비일 것 같지만, 운동을 통해 노인이 건강해지면 의료보험료 지출이 줄어들고 행복지수가 높아져 국가적으로 더 이익이 되지 않을까. 실제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되고, 그에 따른 경제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거주 노인의 노인정 가입률이 90% 이상인 지역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

▼ 결과적으로 노인에 대한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날 것 같다.

“표면적으로 그럴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따지면 사회적 비용이 더 감소되지 않을까. 일을 하면 건강해지니까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줄어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중장년은 물론 청년들까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노후에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면 불안이 사라질 것이다. 그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긍정적 효과다. 노인이 그저 부양받는 존재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존재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노인이 일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렇다 해도 당장 65~70세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충분하게 만들어지기는 힘들다. 지난 5월 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9.6%에 달한다. 노인 기준연령이 높아지면 당장 저소득층의 ‘노인 빈곤 시기’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금 당장 70세로 올리자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 검토해서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자고 제안한 것이다. 절대 피해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노인이 놀고먹는다는 인식이 강하니까 젊은 세대와 국가에 부담이 된다. 노인이 일해야 젊은 사람들 걱정도 덜게 된다. 그런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노인복지청, 노인전문교육원

이 회장은 “노인이 강아지보다 서열이 낮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그런 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노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보수꼴통’ 이미지에서 탈피해 젊은 층으로부터 존경을 받도록 우리 노인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이 대접만 받으려 할 게 아니라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 변해야 한다. 노인이 중심을 잡아줘야 사회가 바로 선다. 세월호 사건도 결국 사회의 중심이 잡혀 있지 않은 탓에 발생한 것 아닌가. 노인들도 여와 야, 진보와 보수 등 생각이 다양하다. 대한노인회는 그런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우리는 중립적으로 그 중심을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 대한노인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가정상비약 같은 것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약사들이 오남용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자 국회의원들이 약사들 눈치를 보더라. 우리가 앞장서서 법 개정을 관철시켰다. 평창올림픽 유치 때도 100만 서명운동 벌여 분위기를 조성했고,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때도 우리가 앞장섰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지금 그 효과를 보고 있지 않나.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공약에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재정 여건이 어려워 정부가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가 먼저 ‘형편이 좋은 노인에겐 안 줘도 된다’고 해법을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여야가 하위 70%에만 주기로 합의를 이뤄냈다.”

이 회장은 향후 역점 사업으로 ‘노인복지청’ 설립과 ‘노인전문교육원’ 개설을 꼽았다.

“100세 시대, 노인 인구 1000만 시대에 맞게 노인복지정책 백년대계를 세울 노인복지청을 만드는 게 일차 목표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을 포함해 132만 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냈다. 또한 노인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노인전문교육원을 세우려 한다. 이미 정부로부터 부지를 기증받았고, 부영그룹이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설계 중인데, 충북 충주의 2만5000여 평 부지에 건물 10동 규모로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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